회원 경험담: 딸과의 관계가 달라진 6개월

회원 경험담

이 글은 부모-자녀 소통 커뮤니티 회원 김미경 님(54세)의 실제 경험담입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께 희망과 용기를 드리고자 본인의 동의하에 공유합니다.

시작: 막막했던 관계

제 이름은 김미경이고, 올해 54세입니다. 28세 딸 하나를 두고 있습니다. 6개월 전까지만 해도 딸과 제 관계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전화 통화는 한 달에 한두 번, 그마저도 의무적인 안부 인사뿐이었습니다. 명절에 집에 와도 하루 만에 급하게 돌아가곤 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딸이 저를 피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전화를 걸면 바쁘다며 짧게 끊었고, 만나자고 하면 핑계를 대며 미뤘습니다. 딸을 위해 평생을 헌신했는데, 왜 이렇게까지 저를 멀리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너무 속상했습니다.

전환점: 커뮤니티와의 만남

어느 날, 친구가 이 커뮤니티를 소개해줬습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습니다. "내 딸은 다른 아이들과 달라.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 이런 생각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친구의 권유로 첫 모임에 참석했고, 그날이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모임에서 다른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깨달았습니다. 저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 그리고 제가 딸을 사랑한다고 하는 많은 행동들이 사실은 딸에게 부담이 되고 있었다는 것을요.

깨달음: 내가 바뀌어야 했다

첫 모임 후 상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상담사 선생님은 제게 어려운 질문을 했습니다. "딸이 행복해 보이나요? 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저는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딸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딸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제가 딸에게 했던 행동들을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밥 먹었니?" 문자를 보냈습니다. 주말마다 집에 오라고 했습니다. 딸의 직장 생활, 연애, 심지어 옷차림까지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간섭했습니다. "다 네가 잘 되라고 하는 말이야"라고 생각했지만, 딸에게는 통제와 간섭으로 느껴졌을 것입니다.

변화의 시작: 작은 실천들

상담사 선생님과 커뮤니티 회원들의 조언을 받아, 작은 변화부터 시작했습니다.

1. 매일 연락하기를 멈췄습니다

매일 보내던 "밥 먹었니?" 문자를 일주일에 두세 번으로 줄였습니다. 처음에는 불안했습니다. 혹시 딸이 제가 관심이 없어진 줄 알까 봐요. 하지만 놀랍게도 딸이 먼저 연락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요즘 연락이 없으시네요. 괜찮으세요?" 딸도 제가 걱정했던 것처럼 저를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2. 조언 대신 경청하기

딸이 직장에서 힘든 일이 있다고 말하면, 예전에는 바로 조언을 했습니다. "그럴 때는 이렇게 해야지", "상사한테는 그렇게 말하면 안 돼" 같은 말들이요. 하지만 이제는 먼저 들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겠다", "네가 어떻게 느꼈어?" 이렇게 물으니 딸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하더군요.

3. 딸의 선택 존중하기

가장 어려웠던 것은 딸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었습니다. 딸은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했고, 현재 하는 일에 만족한다고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불안정해 보였지만, 딸의 삶은 딸의 것이라는 걸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네가 행복하면 그게 중요해"라고 말하자, 딸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놀라운 변화들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서, 딸과의 관계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대화가 길어졌습니다

예전에는 5분도 채 못 되던 통화가 이제는 30분, 한 시간씩 이어집니다. 딸이 직장 일, 친구들 이야기, 심지어 연애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나눕니다. 제가 판단하거나 조언하지 않으니, 딸이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딸이 먼저 찾아옵니다

지난달에는 딸이 주말에 집에 오겠다고 먼저 연락했습니다. 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요. "엄마 보고 싶어서요"라는 딸의 말에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함께 저녁을 만들어 먹고, 산책을 하고, 예전처럼 수다를 떨었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느끼는 행복이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한 번은 딸과 진솔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딸은 "엄마가 저를 사랑한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때로는 엄마의 사랑이 너무 무거웠어요. 제 선택을 믿어주지 않는 것 같았고, 항상 부족하다고 느껴졌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솔직하게 제 마음을 전했습니다. "엄마도 처음 해보는 거야. 네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지나치게 간섭했던 것 같아. 미안해. 앞으로는 네 선택을 믿고 존중하려고 노력할게." 우리는 서로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아직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물론 모든 것이 완벽하게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가끔은 여전히 참견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딸의 늦은 귀가가 걱정되어 문자를 여러 번 보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충동을 조금 더 잘 조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딸도 여전히 제게 짜증을 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며칠씩 연락을 끊는 대신, "엄마, 지금은 좀 혼자 있고 싶어요. 나중에 연락드릴게요"라고 말합니다. 저도 그 경계를 존중하려 노력합니다.

남편과의 관계도 좋아졌습니다

예상치 못한 변화도 있었습니다. 딸에게 집중하던 에너지를 남편에게도 돌리게 되면서, 남편과의 관계도 개선되었습니다. 남편은 "요즘 당신이 더 밝아 보여"라고 말합니다. 자녀에게만 집중하던 삶에서 벗어나, 부부로서의 삶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 자신을 위한 시간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친구들도 생겼습니다. 정기 모임에 참석하고, 가끔 회원들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위로가 됩니다.

또한 오랫동안 미뤄왔던 취미 생활도 시작했습니다. 수채화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림 그리는 시간이 제게 큰 기쁨을 줍니다. 딸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줄 몰랐습니다.

다른 부모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만약 지금 성인 자녀와의 관계로 고민하고 계신다면, 혼자 끙끙 앓지 마세요. 저처럼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약함이 아니라 용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너무 탓하지 마세요. 우리는 완벽한 부모가 아니며, 완벽할 필요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과 더 나은 관계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입니다.

변화는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습니다. 저도 6개월이 걸렸고,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작은 변화들이 모여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감사의 마음

이 커뮤니티와 여기서 만난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없었다면 저는 여전히 딸과 멀어진 관계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저의 이야기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완벽한 관계는 없습니다.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관계는 분명히 좋아질 수 있습니다. 저와 딸이 그 증거입니다.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함께 힘내요!

최근 소식: 딸의 생일

얼마 전 딸의 생일이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큰 파티를 준비하고, 제가 생각하기에 필요한 선물들을 샀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먼저 딸에게 물었습니다. "생일에 뭐 하고 싶어? 엄마가 뭘 해주면 좋을까?"

딸은 "엄마랑 조용히 저녁 먹고 싶어요. 그리고 엄마가 해주시는 미역국이 먹고 싶어요"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집에서 조촐하게 저녁을 먹었습니다. 선물도 딸이 평소 갖고 싶어 하던 것으로 준비했습니다.

저녁을 먹으면서 딸이 말했습니다. "엄마, 요즘 많이 달라지신 것 같아요. 저도 엄마를 더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됐어요. 고마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지난 6개월간의 모든 노력이 보상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앞으로의 바람

앞으로도 딸과의 관계를 계속 가꿔나가고 싶습니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딸이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게 된다면, 저는 간섭하는 시어머니나 외할머니가 아니라, 지혜롭게 지지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커뮤니티 활동도 계속할 것입니다. 제가 받은 도움을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습니다. 새로 오신 분들께 제 경험을 나누고, 함께 고민하고 격려하며 성장하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늦은 때란 없습니다. 오늘부터 작은 변화를 시작해보세요. 자녀에게 전화를 걸어 "네 이야기를 듣고 싶어"라고 말해보세요. 조언이나 판단 없이 그저 들어주세요. 그것만으로도 관계는 조금씩 변화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관계도 좋아지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함께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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